불교는 기원전 6세기 고타마 붓다에 의해 인도에서 시작되어 수세기 동안 찬란한 철학과 수행 전통을 꽃피웠습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불교는 그 발생지인 인도에서 쇠퇴하게 되었고, 이후 중국, 티베트, 동남아시아 등 해외로 널리 전파되는 전환기를 맞이합니다. 본 글에서는 불교가 인도에서 쇠퇴한 역사적 배경과, 그 과정에서 어떻게 외부로 퍼지게 되었는지를 체계적으로 정리합니다.
인도에서의 불교 쇠퇴 배경
불교는 아쇼카 대왕(기원전 3세기)의 적극적인 후원 아래 인도 전역에 퍼지며 황금기를 누렸습니다. 이후 쿠샨 왕조와 굽타 왕조의 일부 군주들 또한 불교를 후원하며, 특히 대승불교와 밀교의 형성을 통해 사상적으로도 깊이 있는 발전을 이뤘습니다. 그러나 기원후 8세기 이후부터 불교는 점진적인 쇠퇴의 길로 접어듭니다.
- 힌두교의 부흥과 경쟁: 브라만 계층과 힌두 철학은 베단타, 신탄트라 등 다양한 방식으로 종교적 주도권을 회복하고, 불교 사상을 흡수하거나 대체하기 시작했습니다.
- 불교의 밀교화와 대중과의 괴리: 후기 불교는 점점 복잡하고 비밀스러운 밀교 의례 중심으로 변하며, 일반 대중과의 소통이 단절되었습니다.
- 승가의 타락 및 귀족화: 일부 대형 사원의 세속화와 승려 집단의 권력화가 신뢰 하락으로 이어졌습니다.
- 이슬람 세력의 침입과 사원 파괴: 12세기 무하마드 고리와 델리 술탄조의 침입으로 불교 중심지인 날란다와 비크라마실라 대학이 파괴되었습니다.
- 왕조 후원의 중단: 불교는 왕과 귀족의 후원에 크게 의존했지만, 정치 세력 교체와 더불어 후원이 끊기며 급속도로 약화되었습니다.
외부 전파의 결정적 계기
불교는 인도 내에서 쇠퇴했지만, 그 철학과 사상은 이미 이전부터 광범위하게 주변 지역으로 전파되고 있었습니다. 이 전파는 단순한 문화 확산이 아니라, 정치적, 외교적, 종교적 교류를 통한 복합적 확산이었습니다.
- 아쇼카 대왕의 포교 사절단: 기원전 3세기, 스리랑카, 미얀마, 그리스 지역까지 포교사들을 파견하며 조직적 해외 전파가 시작됨
- 실크로드를 통한 북방 전파: 인도 북서부 간다라 지방을 통해 중앙아시아와 중국 서북부로 불교가 전파됨
- 중국과의 외교 및 승려 교류: 1~6세기 사이 중국 승려들이 인도로 순례(법현, 현장)하며 경전 번역과 교리 확산에 기여함
- 남방 해상 루트를 통한 동남아 전파: 스리랑카를 거점으로 태국, 미얀마, 캄보디아 등지로 테라와다 불교가 확산됨
- 티베트 전파: 밀교 전통은 티베트 지역에 깊이 뿌리내려 라마불교의 기틀 마련
- 일본과 한반도로의 전래: 중국을 경유한 대승불교가 한반도와 일본으로 전해졌으며, 다양한 종파가 탄생
인도 밖에서의 재탄생과 세계 종교화
불교는 인도에서는 쇠퇴했지만, 해외에서는 재해석과 융합을 통해 강력한 생명력을 유지하며 발전합니다. 불교가 전파된 각 지역은 고유의 문화적 배경 속에서 불교를 수용하고 독자적 방식으로 발전시켰습니다.
- 중국: 도교, 유교와 융합되며 천태종, 화엄종, 선종 등 중국 특유의 사상 발전
- 한국: 고구려·백제·신라에서 국교로 수용, 화엄과 선의 조화를 중시
- 일본: 정토신앙과 밀교의 발전, 불교-신도 융합
- 티베트: 밀교 기반의 라마불교 체계 정립
- 동남아시아: 테라와다 불교가 국가 종교로 자리잡고 계율과 명상 수행 중심
현대에 이르러 불교는 서구에서도 명상, 심리학, 웰빙과 접목되며 확산되고 있으며, 이는 불교가 철학, 윤리, 종교를 넘어선 보편적 수행 체계로 인식되는 현상을 보여줍니다.
또한 20세기 후반, 인도 내 불교 재흥 운동도 등장합니다. 특히 암베드카르 박사는 불가촉천민 수백만 명에게 불교 개종을 권유하며, 불교의 사회 정의적 측면을 되살렸습니다. 이는 인도 내 불교의 사회운동적 재등장을 의미합니다.
불교는 인도에서 철학적·문화적 정점을 찍은 후 힌두교의 부흥, 이슬람의 침입, 내부 구조의 약화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인해 쇠퇴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불교의 종말이 아닌 국제 종교로의 전환이라는 새로운 시작이었습니다. 스리랑카, 티베트, 중국, 한반도, 일본, 동남아 등지로 퍼진 불교는 각기 다른 문화와 융합되며 지금까지도 살아있는 정신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중국으로 전해진 불교와 도교·유교와의 융합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