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는 테라와다 불교의 종주국으로서, 초기불교의 원형을 지금까지 가장 충실하게 유지하고 있는 국가로 평가받습니다. 인도에서 시작된 불교가 다양한 지역으로 전파되면서 각기 다른 문화와 융합되어 변화해 온 것과 달리, 스리랑카는 원시불교의 교리와 수행 체계, 경전 구성까지 비교적 순수한 형태로 보존하고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스리랑카 불교가 어떻게 전래되었고, 어떤 방식으로 원형을 유지하며 현대까지 계승되고 있는지를 역사적, 철학적, 사회문화적 관점에서 분석합니다.
불교의 스리랑카 전래와 마하비하라 전통의 수립
스리랑카 불교의 시작은 기원전 3세기, 인도 마우리아 왕조의 아쇼카 대왕이 국가 차원에서 불교를 전파하던 시기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아쇼카는 자신의 아들 마힌다(Mahinda) 스님과 딸 상하미타(Sanghamitta)를 스리랑카에 파견해 불교를 포교하였고, 당시 아누라다푸라 왕국의 데바남피야 티싸 왕은 이들을 통해 불교를 받아들였습니다. 이로써 스리랑카는 불교를 국교로 채택하고, 본격적인 테라와다 불교의 중심지가 되었습니다.
스리랑카 불교는 초기부터 계율 중심의 수행 전통을 강조하며 승가 제도를 정비했습니다. 특히 마힌다 스님의 지도 아래 세워진 ‘마하비하라(Mahavihara)’는 불교 교학의 중심이자 경전 해석과 교육의 핵심 기관으로 자리 잡습니다. 이곳에서는 인도에서 전래된 팔리어 경전을 중심으로 불교 교리를 연구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계승·발전시켜 나갔습니다.
특히 삼장(Tipitaka)의 문자화 작업이 이뤄진 것이 중요한 전환점이 됩니다. 구전 중심이던 불교 교리를 서기 1세기경 마하비하라 학파가 문자로 정리한 것은, 불교 경전을 보존하고 정확하게 후대에 전승하는 기반이 되었습니다. 이 점에서 스리랑카는 불교 경전의 보존국으로도 불립니다.
계율 중심 수행과 테라와다 불교의 정체성 유지
스리랑카 불교는 일관되게 테라와다 전통의 엄격한 계율과 자력 수행 체계를 유지해 왔습니다. 이 불교 전통은 삼법인(무상, 고, 무아), 사성제(고, 집, 멸, 도), 팔정도와 같은 초기불교 핵심 교리를 실천적으로 따르는 것이 특징이며, 불교의 수행 목적을 '아라한의 경지에 이르는 해탈'로 규정합니다.
스리랑카 불교는 수행자 중심의 교단 구성과 재가신자의 공양 중심의 시스템을 유지하며 승속 구분이 명확합니다. 출가 승려는 하루 두 끼의 공양만 허용되고, 금전 사용이나 소유가 금지되는 등 계율을 철저히 지켜야 합니다. 이러한 방식은 원시불교가 지향했던 금욕과 단순함을 현대에도 구현하는 체계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명상 수행 또한 스리랑카 불교의 핵심 중 하나입니다. 특히 위파사나 명상은 마음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존재의 본질을 꿰뚫는 통찰력을 기르는 수행으로 강조됩니다. 이 명상 전통은 이후 미얀마, 태국, 서구로 확산되며 전 세계 명상 운동의 원류가 되었습니다.
교육 또한 스리랑카 불교 전통의 중요한 부분입니다. 어린 승려들은 불교 경전 암송과 계율, 철학을 학습하며, 일반 대중도 매일 아침 라디오와 방송을 통해 팔리어 경전 낭송을 들을 수 있습니다. 불교는 단지 종교가 아니라 일상과 교육, 윤리의 중심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현대 사회 속에서의 불교 계승과 국가 정체성
스리랑카는 헌법상 불교를 보호해야 하는 국가로 명시되어 있으며, 전체 인구의 70% 이상이 테라와다 불교 신자입니다. 불교는 단순한 신앙을 넘어 스리랑카인의 정체성과 깊게 연결되어 있으며, 역사적으로도 불교는 정치적 정당성과 통치 권위의 근거로 작용해 왔습니다.
현대에도 스리랑카의 모든 주요 정치 이슈에는 불교계의 입장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합니다. 승려들은 도덕적 지도자이자 사회 비판자로 활동하며, 환경 보호, 교육 개혁, 빈곤 퇴치 운동 등에 적극 참여합니다. 예컨대 불법 벌목이나 도시 개발에 반대하는 스님들의 평화 시위는 세계 언론에도 소개될 정도로 활발합니다.
또한 스리랑카는 국제적인 불교 교류의 중심지로도 기능하고 있습니다. 매년 열리는 ‘국제 위사카 축제’는 다양한 나라의 불교 지도자들이 참여해 불교 교리를 토론하고, 수행법을 공유하는 장으로 활용됩니다. 동시에, 스리랑카 정부와 고승들은 미얀마, 태국, 라오스 등과 공동으로 테라와다 불교 전통을 보호하는 국제 협력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현지 사찰은 단순한 예배 공간을 넘어, 의료봉사, 무료 급식, 교육 지원, 상담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며 사회 안전망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는 초기 불교의 공동체적 성격과 공공성 지향을 현대에 그대로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어지는 불교 문화의 흐름
스리랑카 불교는 불교의 원형을 가장 충실히 계승해 온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아쇼카 대왕의 전법에서 시작된 테라와다 불교는 마하비하라 중심의 학문과 수행 전통을 통해 오랜 시간 계율과 교리를 보존해왔습니다. 승속 분리, 엄격한 계율 실천, 경전 암송과 명상 수행 중심의 시스템은 오늘날에도 유효하며, 스리랑카는 불교의 뿌리를 지키는 ‘정통 불교의 수호국’으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몽골 불교가 어떻게 티베트화되었고, 그 과정에서 어떤 정치·문화적 변화가 있었는지 살펴보겠습니다.